최근 미국 뉴스 사이트 허핑턴포스트에서 한국에 대해 다소 냉소적인 기사를 발견했다. 마이클 지머맨은 여기에 “한국과 미국 학생의 지식 차이가 곧 좁혀질 것 같다”고 썼다. 그의 입장에선 좋은 소식일지 모른다. 미국 아이들은 또래 한국 아이들에 비해 수리 등 수치화할 수 있는 시험이 들어간 모든 과목에서 뒤처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을 따라잡을 기회를 제공할 마법의 재료는 과연 무엇일까. 지머맨에 따르면 강성 기독교 단체의 압력에 따른 교육과학기술부의 진화론 교육 후퇴가 바로 그것이다. 적어도 과학 분야에선 한국이 스스로 후퇴해 미국 과학교육이 가고 있는 무지의 길을 좇게 될 것이란 얘기다.
이슬람과 마찬가지로 이런 어젠다를 만들어 내는 집단은 가장 공격적인 기독교인들인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세상이 50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들은 바로 강경한 이들이다.
과학이론인 진화론은 그동안 끝없이 의심을 받아 왔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창조론적 시각은 단 한 권의 책, 이성이 아닌 순수한 믿음으로만 받아들여야 하는 책의 해석에 달렸다. 전자는 과학적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후자는 그 어떤 법칙도 초월하려 한다. 하필 한국 교육이 지금까지 펼쳐 온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려는 시점에서 이런 길을 가려 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한국 교육이 지금과 다른 길을 가려면 사고력과 창조력을 강조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컨설턴트 피터 언더우드에 따르면 양적인 교육과 함께 질적인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이란 나라를 소위 ‘패스트 팔로(재빠른 추격자)’가 아닌 ‘퍼스트 무버(선발자)’로 만들 열쇠다. 언더우드는 나처럼 푸른 눈을 가진 사람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는 연세대를 세운 집안의 출신이다. 그의 최근 저서인
퍼스트 무버는 이런 생각을 전개하는데, 누구든 읽어 볼 가치가 충분하다.
아마도 현재 교육 수준을 유지하면서 아이들이 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쉽지 않은 도전일 것 같다. 영국은 어떤 면에서 이 도전에 실패했다. 위대한 화가, 음악가, 디자이너들은 계속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고용주가 대학 졸업자들조차 단순한 산수 문제를 풀지 못하고 맞춤법도 틀린다고 불평한다. 나는 한국 사람들이 종종 한국은 핀란드 같은 나라의 교육법을 따라가야 한다는 소리를 하는 걸 들었다. 영국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이유에서다. 영국도 이런 충고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최근엔 한국에 ‘세로토닌’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전국 20여 개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다. 학생들은 지금처럼 딱딱한 정보를 습득해야 하는 정규 교육 과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세로토닌 시간엔 그림을 그리고, 노래하고, 소통하고, 전반적으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설계된 여러 활동에 참여한다. 또 건강한 식습관, 체육, 다양한 놀이 방법에 대해서도 교육받는다.
한국의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침울한 모습을 볼 때마다 난 슬픔을 느낀다. 물론 나도 그들 나이 때 학교를 싫어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한국 아이들이 견뎌야 하는 상황과 비교해 보면 아마도 천국이었을 것이다. 공부를 충분히 하면서도 축구를 하거나 친구들과 거의 매일 록음악을 연주하고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 준 학교를 다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당시 난 내게 할당된 세로토닌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미래엔 한국 아이들에게도 이런 기회가 오길 바란다.
다니엘 튜더 옥스퍼드대에서 철학·경제학을 전공한 후 맨체스터대에서 MBA를 땄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처음 방한했으며 2010년 6월부터 서울에서 일하고 있다.
